사진가 표기식의 개인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가 2026년 9월 23일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개막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모두 460여 점이 걸렸다. 그런데 작품 수보다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이 사진들이 쌓여 온 방식이다. 이 글은 주최 측이 공개한 안내 자료를 바탕으로 썼다.
안내에 따르면 작가는 사계절 내내 나무 한 그루를 찍었고, 10년 넘게 한강의 빛을 좇았다. 주최 측이 대표작으로 내세운 버드나무 사진만 180점이다.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180번 찍은 셈이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마음에 둔 장소를 다시 찾아가고, 지난번 사진과 이번 사진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핀다. 다만 그런 비교는 보통 밀착 인화지나 스캔 폴더 안에서 끝난다. 주최 측이 공개한 전시장 사진을 보면, 이번 전시는 그 비교를 아예 벽에 펼쳐 놓았다. 작은 나무 사진들이 바둑판처럼 붙어 벽 한 면을 채운다.
많이 찍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고르는 일
오래 찍었다고 사진이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같은 곳을 여러 번 찍으면 고를 수 있는 사진이 늘어날 뿐이다. 작가의 안목은 그중 무엇을 남길지 정할 때 드러난다.
공식 상세 안내 맨 위에는 같은 나무를 찍은 사진 27장이 아홉 장씩 세 줄로 실려 있다. 안개 낀 날도 있고, 풀에 서리가 내린 날도 있다. 잎이 다 떨어진 날도, 해가 나무 뒤로 걸린 날도 있다. 나무는 대체로 화면 가운데 서 있지만, 크기와 높이는 사진마다 조금씩 다르다. 마지막 한 장은 아랫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다.
180점 가운데 이 27장을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는 안내에 나와 있지 않다. 계절 순서인지, 찍은 날짜 순서인지, 색의 흐름을 따랐는지 알 수 없다. 편집부가 가장 궁금한 것도 이 부분이다. 작가는 같은 나무를 몇 번이나 찾아갔고, 그중 몇 장을 덜어 냈을까?
사진이 전시장에 걸리기까지
상세 안내는 전시를 네 부분으로 나눠 소개한다. 버드나무, 아침의 숲과 꽃, 고양이들의 아파트, 그리고 한강의 빛이다. 한강 부분의 전시장 사진을 보면 물결 사진을 담은 크고 작은 패널이 바닥에 비스듬히 놓여 있고, 벽에도 세로로 걸려 있다. 패널마다 물빛이 반짝이는 크기와 밀도가 다르다.
공개된 사진만 보면 두 작업은 전시장에서 전혀 다르게 놓였다. 버드나무 사진은 작게 뽑아 촘촘히 붙였다. 관람객은 한 장씩 옮겨 가며 차이를 찾게 된다. 한강 사진은 크게 키워 관람객을 그 앞에 세운다. 버드나무는 비교하며 보게 하고, 한강은 그 속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 편집부의 생각이다. 패널을 어떤 방식으로 출력했는지, 크기는 얼마인지, 영상이 섞여 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주최 측은 이 전시를 「기다림」과 「몰입」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편집부가 더 눈여겨본 것은 고르는 일이다. 10년 동안 찍은 한강 사진 가운데 전시장에 걸 장면을 정하는 일도 촬영만큼 중요하다. 같은 강을 찍은 수많은 사진 가운데 어떤 것은 패널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어떤 것은 아예 걸리지 않는다.
주최 측 소개에 따르면 작가는 나무와 강, 숲, 하늘처럼 늘 보는 풍경을 오래 관찰해 왔다. 〈bIT〉, 〈고양이들의 아파트〉 같은 작업을 이어 왔고, 음반 재킷과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사진을 실었다.
필름으로 찍은 96개 장면
디자인플러스는 10월 7일 자 기사에서 전시 마지막 구간에 필름으로 찍은 96개 장면과 짧은 글이 함께 놓인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주최 측 공식 안내에서는 이 구간을 설명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96이 정확한 숫자인지, 어떤 카메라와 필름을 썼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구간을 근거로 전시 전체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번 전시를 필름 사진전이라고 부를 근거도 지금으로서는 없다.
다시 찍을 자리를 정해 두기
필름으로 찍는 독자라면 이 전시에서 습관 하나를 얻어 갈 수 있다. 다시 찍을 자리를 먼저 정하고, 비슷한 거리에서 또 찍고, 결과를 나란히 놓고 고르는 것이다. 한 롤에 스물네 장이나 서른여섯 장을 찍는 필름에서는 이런 비교가 느리고 돈도 든다. 그러니 무엇을 다시 찍을지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올해 같은 자리를 두 번 이상 찍은 롤은 몇 개나 될까?
전시는 2026년 9월 23일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개막했다. 관람 시간과 요금, 전시 기간은 그라운드시소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