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똑딱이를 사려면 중고 시장을 뒤지는 수밖에 없던 때가 있었다. 큰 카메라 회사들이 2000년대 후반에 필름 카메라를 접은 뒤로, 새 제품은 일회용 카메라 정도가 전부였다. 그사이 1990년대 똑딱이 값은 크게 올랐다. 야시카 T4 처럼 이름난 모델은 상태 좋은 것이 500~600달러에 거래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정이 달라졌다. 코닥 이름을 단 저가 카메라부터 자동초점을 단 고급 똑딱이까지, 새 필름 카메라가 다시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여섯 대를 값이 싼 순서로 정리했다. 값은 출시가 기준이고, 국내 판매가는 다를 수 있다.

코닥 에크타 H35N, 한 롤로 72장

36장짜리 필름 한 롤을 넣으면 70장 넘게 찍히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다. 렌즈는 22mm, 셔터는 1/100초 고정이다. 케이블 릴리즈를 끼우면 셔터를 열어 두는 벌브 촬영도 된다. 플래시는 AAA 건전지 하나로 터지고, 빛이 별 모양으로 갈라지는 스타 필터가 들어 있다. 값은 64.99달러로 여섯 대 가운데 가장 싸다.

다만 하프 프레임은 현상소에 따라 스캔과 인화를 받지 않는 곳이 있으니 미리 물어보는 편이 좋다. 인화 장수도 두 배가 된다.

흰 배경 위 검은색 코닥 에크타 H35N. 은색 윗면과 가운데 렌즈, 오른쪽 위 플래시가 보인다.
코닥 에크타 H35N 제품 사진. Kodak Camera / RETO
물 건너 건물 사이로 해가 지고, 물가에서 사진을 찍는 두 사람의 실루엣과 길게 갈라진 빛줄기가 보인다.
코닥 에크타 H35N 샘플. Kodak Camera / RETO
밤의 도심 도로를 따라 흰색과 붉은색 자동차 불빛이 길게 이어지고, 뒤로 불이 켜진 건물들이 보인다.
코닥 에크타 H35N 샘플. Kodak Camera / RETO

코닥 스내픽 A1, 99달러짜리 자동 똑딱이

유리 렌즈 세 장으로 만든 25mm f/9.5 렌즈에,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고르는 두 단계 초점을 달았다. 셔터는 1/100초, 노출은 자동이다. AAA 건전지 두 개로 플래시를 쓰고, 무게는 120g 안팎이다. 실내에서는 플래시가 몇 걸음 밖까지 닿지 않는다는 리뷰가 있다. 색은 회색과 흰색 두 가지다.

바위 위에 나란히 놓인 흰색과 회색 코닥 스내픽 A1. 두 카메라의 정면과 위쪽 주황색 버튼이 보인다.
코닥 스내픽 A1 제품 사진. Kodak Camera / RETO
호수 물속에 돌 도리이가 서 있고, 오른쪽 물가에는 건물, 뒤편에는 나무가 우거진 산이 보인다.
코닥 스내픽 A1 샘플. Kodak Camera / RETO
푸른 하늘 아래 밝은 바위와 초록 식물이 덮인 산등성이가 이어지고, 골짜기에는 구름이 깔려 있다.
코닥 스내픽 A1 샘플. Kodak Camera / RETO

필름네버다이 나나, 현상소가 만든 금속 카메라

호주의 필름 현상소 필름네버다이(FilmNeverDie)가 직접 만든 카메라다. 몸체가 금속이고, 한 장 찍을 때마다 필름이 저절로 감긴다. 렌즈는 31mm 고정 초점으로 1.5m 부터 무한대까지 맞는다. AA 건전지를 쓰고 무게는 300g 이다. 킥스타터로 시작해 2024년 11월 정식 판매에 들어갔고, 값은 230달러 정도다. 필름을 매일 만지는 사람들이 만든 카메라라는 점이 눈에 띈다.

흰 장갑을 낀 손이 금색 나나 카메라를 세로로 들고 있다. 렌즈와 플래시, 검은 손잡이 부분과 스트랩이 보인다.
필름네버다이 나나 제품 사진. FilmNeverDie
야자수와 가공선이 있는 거리의 흑백 사진. 모퉁이 건물 앞 도로에 오픈카가 보인다.
필름네버다이 나나 샘플. FilmNeverDie

펜탁스 17, 20년 만의 새 필름 카메라

펜탁스가 2024년 6월에 내놓은 하프 프레임 카메라다. 펜탁스가 새 필름 카메라를 낸 것은 약 20년 만이다. 25mm f/3.5 렌즈에 초점을 여섯 구간으로 나눠 돌려 맞추고, 필름은 레버로 손수 감는다. 출시 당시 유럽 값은 579유로였다. 브리스냅 TV 가 직접 써 본 이야기는 「Pentax 17, 당신의 첫 필름카메라로 충분히 괜찮다」에 실었다.

펜탁스 17의 윗면. ISO 다이얼, 모드 다이얼, 필름 감기 레버와 렌즈의 거리 구간 표시가 보인다.
펜탁스 17 제품 사진. ⓒ B&H
황금빛 들판을 담은 하프 프레임 두 컷. 왼쪽에는 푸른 하늘과 구름, 오른쪽에는 햇빛과 나뭇가지가 보인다.
Pentax 17 / Kodak ColorPlus 200 ⓒ @brisnaptv

로모 MC-A, 로모그래피의 첫 자동초점

로모그래피가 2025년 10월에 발표한 첫 35mm 자동초점 카메라다. 32mm f/2.8 렌즈에 라이다 측거로 초점을 잡고, 프로그램 자동부터 완전 수동까지 고를 수 있다. 셔터는 벌브부터 1/500초까지이고, 한 장에 여러 번 겹쳐 찍을 수 있다. 값은 549달러다. 초기 물량에서 나온 필름 감기 문제와 지금 사도 될지는 「필름이 자동으로 잡힐 때, Lomo MC-A」에서 따로 짚었다.

검은색 로모 MC-A의 정면. 가운데 렌즈와 위쪽 뷰파인더, 오른쪽 플래시가 보인다.
로모 MC-A 제품 사진. lomography.com
건물과 지붕 있는 가판대 사이에 그림과 스티커로 꾸민 은색 자동차가 서 있다.
로모 MC-A 샘플. lomography.com

롤라이 35AF, 라이다로 초점을 잡는 고급 똑딱이

민트(MiNT)가 롤라이 이름을 달고 2024년에 내놓았다. 1960년대 롤라이 35 의 모양을 빌렸지만 속은 새것이다. 35mm f/2.8 렌즈에 라이다 센서로 초점을 잡고, 노출은 자동과 수동을 오간다. 플래시를 넣었고, 필름은 손으로 감고 되감는다. 영국 출시가는 은색 762파운드부터로, 여섯 대 가운데 가장 비싸다.

어두운 배경 위 은색과 검은색 롤라이 35AF. 가운데 렌즈 양옆에 앞면 다이얼이 있고 위쪽에 플래시와 뷰파인더가 보인다.
롤라이 35AF 제품 사진. MiNT CAMERA
푸른 하늘 아래 세로로 홈이 난 건물과 전선에 매달린 신호등, ONE WAY 표지판을 올려다본 사진.
롤라이 35AF 샘플. MiNT CAMERA
창가의 나무 가구 아래 짜인 바닥 위로 흰색과 갈색 고양이가 누워 카메라 쪽을 보고 있다.
롤라이 35AF 샘플. MiNT CAMERA

아직 나오지 않은 한 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아날로그(Analogue)가 2025년 1월에 공개한 aF-1 도 있다. 35mm f/2.8 렌즈에 라이다 자동초점, 1/1000초까지 끊는 셔터, 모터로 감기는 필름까지 갖췄고, 발표 당시 값은 399유로였다. 처음에는 2025년 여름에 보낸다고 했지만 셔터 내구성과 시제품 손질로 미뤄졌고, 올해 8월까지도 배송일을 정하지 못했다.

밝은 회색 배경 위 검은색 아날로그 aF-1의 정면 이미지. 열린 커버 옆에 렌즈, 위쪽에 뷰파인더와 플래시가 보인다.
아날로그 aF-1 공식 제품 이미지. Analogue Shop

무엇을 고를까

여섯 대를 나란히 놓으면 값의 폭이 열 배가 넘는다. 처음 필름을 써 본다면 코닥 두 대로 충분하다. 렌즈가 어둡고 셔터가 한 가지뿐이라 맑은 날 바깥에서 가장 잘 찍힌다. 한 롤로 오래 쓰고 싶다면 하프 프레임인 H35N 이나 펜탁스 17 이 맞다. 초점과 노출을 직접 만지고 싶다면 펜탁스 17 과 로모 MC-A 를, 자동초점이 필요하다면 로모 MC-A 와 롤라이 35AF 를 견주어 보면 된다.

새 카메라에는 중고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고장 나면 고쳐 주는 곳이다. 1990년대 똑딱이는 부품이 끊겨 수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500달러를 넘긴 중고 T4 와 새로 나온 549달러짜리 MC-A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오래 곁에 남을까?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