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진가의 죽음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회고전이라는 형태로 다시 돌아온다. 마틴 파의 경우, 그 시차가 채 일곱 달이 되지 않는다. 그를 보내고 일곱 달 뒤인 7월, 서울에서 그의 첫 아시아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전시 한 줄 요약

전시명은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장소는 지난해 개관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SeMA). 기간은 2026년 7월 16일부터 10월 18일까지. 무료 관람.

걸리는 작품은 약 500점. 작가의 초기 흑백 작업부터 마지막 시기 컬러까지가 한자리에 모인다. 대표 연작 14개와 그가 평생을 함께 만든 사진집 89권이 같이 놓인다. 매그넘 포토스, Martin Parr Foundation 과의 공동 기획이다.

그가 떠난 뒤의 회고전

마틴 파는 2025년 12월 6일 영국 브리스톨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골수종으로 오래 투병한 끝이었다. 사망 소식은 곧장 매그넘 포토스의 공식 추모로 이어졌고, 매그넘의 한 자리를 비웠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같은 톤으로 실렸다.

그래서 이번 서울 전시는 단순한 작가전이 아니다. 작가 사후 처음 열리는 아시아 대규모 회고전, 그리고 그의 대표 시리즈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은 종합 회고전이라는 두 가지 무게가 같이 얹혀 있다. 회고전이라는 형식이 가지는 작별의 결, 그리고 사진가 마틴 파의 50년을 처음 한 번에 읽을 수 있다는 정리의 결이 함께 흐른다.

걸리는 시리즈 14개

전시가 추리는 대표 연작 14개는 마틴 파의 거의 모든 시기를 가로지른다. 흑백 시기의 초기작부터 색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80년대 중반, 그가 매그넘에 들어간 90년대, 그리고 2010년대 이후의 작업까지.

이 네 시리즈가 흔히 마틴 파의 코어로 꼽힌다. 전시는 여기에 다른 10개 시리즈를 더해 14개로 짜였다. 이 정도 폭으로 마틴 파의 작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사진집 89권이 함께 걸리는 이유

마틴 파는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집을 만든 작가다. 그는 자기 작업을 사진집으로 묶는 일을 평생 멈추지 않았고, 다른 사진가들의 사진집을 수집·정리·평가하는 일도 같은 무게로 해왔다. 그의 이름이 붙은 사진집 컬렉션과 가이드는 그 분야에서 하나의 기준처럼 다뤄져 왔다.

이번 회고전에 그의 사진집 89권이 함께 놓이는 건 그래서다. 마틴 파에게 사진집은 결과물의 부산물이 아니라 작업 자체와 같은 위계에 있던 것이다. 벽에 걸리는 프린트와 책장 위에 놓이는 책이 한 작가의 두 얼굴로 같이 보여진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한 가지 결이다.

2000년대 초, 마틴 파의 남북한

전시에서 한국 관객에게 특히 새로운 부분은 따로 있다. 2000년대 초에 작가가 남한과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마틴 파가 한국을 어떻게 봤는지, 어떤 장면에 카메라를 들이댔는지에 대한 1차 자료가 그동안은 거의 알려진 게 없었다. 매그넘의 다른 사진가들이 한반도에서 남긴 작업과 어떻게 다른 톤일지, 또는 같은 톤일지. 그가 영국과 유럽 관광지에서 보여준 그 시선이 한국에서는 어떤 결로 작동했을지. 이번 전시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답이 된다.

장소,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시가 열리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지난해 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사진 전문 분관이다. 사진을 전면에 내건 공공 미술관이 한국에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꽤 걸렸고, 이 분관은 그 늦은 자리를 메우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개관 1년 차에 첫 대규모 해외 작가 회고전을 마틴 파로 잡았다는 사실은, 미술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을 만하다. '컬러 다큐멘터리의 한 결' 을 정통으로 다루는 사진가를 첫 손님으로 부른 셈이다.

마틴 파의 사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의 사진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마틴 파는 종종 이상한 작가로 비친다. 색은 지나치게 진하고, 인물은 별로 우아하지 않고, 어떤 장면은 비웃는 것 같기도 하다. 영국 해변의 일광욕 손님, 패스트푸드 트레이의 클로즈업, 똑같은 포즈로 셀카봉을 든 단체 관광객. 어딘가 친근한데 어딘가 불편하다.

그게 그의 일관된 방식이었다. 자기가 사는 사회에 카메라를 들이대되, 멀찍이서 풍자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가까운 거리에서 찍는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관광객을 미워하지 않고 관광객의 한 사람으로서 같이 부끄러워한다. 소비사회를 비판하지 않고 소비사회의 한 명으로서 그 표면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거리를 두는 다큐멘터리와 다른 결의 다큐멘터리. 50년 동안 그 결을 일관되게 밀고 갔다.

이번 회고전을 그 결을 한 번에 따라가 볼 수 있는 자리로 봐도 좋다.

정리

참고: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sema.seoul.go.kr) 공식 보도자료, Magnum Photos · Martin Parr Foundation, 매그넘 추모 (2025.12), Al Jazeera · Wallpaper* 등 사망 보도, W Korea 2026 문화 캘린더. 출품작 목록과 부대 행사 (도슨트·강연·관객 프로그램 등) 는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7월 개막 전 최종 공지가 나올 예정. 포스터 이미지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