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가 1950년대에 만든 손바닥만 한 시제품 카메라가 이달 말 경매에 나온다. 이름은 라이카 BOX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두 대인데, 셔터가 실제로 돌아가는 것은 이번에 나오는 한 대뿐이다.

11월 28일 독일 베츨라의 라이카 벨트에서 제49회 라이츠 포토그래피카 경매가 열린다. 라이카 본사가 있는 도시에서 열리는 수집가용 카메라 경매로, 이번에는 400점 넘는 물건이 나온다. 대부분 라이카지만 다른 회사의 카메라도 섞여 있다. 그 가운데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세 대를 골랐다.

라이카 BOX, 아그파 필름통에 맞춘 라이카

라이카 BOX는 1950년대 중반에 만든 시제품이다. 35mm 필름 한 칸을 반으로 나눠 18×24mm로 찍는 하프 프레임 카메라이고, 필름은 아그파의 카라트(Karat) 카트리지에 담긴 것을 쓴다.

카라트는 아그파가 1936년 코닥의 135 필름에 맞서 내놓은 방식이다. 찍은 필름을 원래 통으로 되감지 않고, 빈 통에 옮겨 감는다. 통 가운데 심이 없고 135 필름통보다 키가 작다. 아그파는 1964년 이 카트리지를 조금 손봐 라피드(Rapid)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놓았다.

위쪽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본 라이카 BOX. 윗면 가운데 금빛 원형 부품과 셔터 버튼, 오른쪽 끝 뷰파인더가 보이고, 렌즈 테에 Ernst Leitz GmbH Wetzlar 글씨가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라이카 BOX. 렌즈 테에 Ernst Leitz GmbH Wetzlar가 새겨져 있다. Leitz Photographica Auction

크기는 가로 100mm, 높이 64mm, 두께 48mm 안팎이다. 은색 크롬 몸체에 검은 가죽을 둘렀고, 생김새는 같은 시기의 라이카 M 시리즈를 따랐다. 렌즈는 바꿔 끼울 수 없는 주마론 35mm f/3.5다. 렌즈 둘레의 테가 밑판을 여는 장치를 겸하고, 셔터 속도 조절기는 윗면 가운데에 있다. 몸체에는 일련번호 000.01이 새겨져 있다.

나머지 한 대는 28mm 주마론을 단 디자인 연구용이다. 작동하지 않고, 베츨라의 라이카가 보관하고 있다. 경매사는 이번 출품작의 셔터가 제대로 돌고 렌즈도 맑다고 적었다. 라이카는 보도자료에서 이 카메라를 라이카가 남긴 것 가운데 손꼽히는 희귀품이라고 소개했다. 예상가는 40만~50만 유로, 시작가는 20만 유로다.

라이카가 왜 다른 회사의 필름통에 맞춘 작은 카메라를 만들어 봤을까? 경매사 설명에도 그 까닭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판형은 지금 다시 눈에 띈다. 펜탁스 17과 코닥 에크타 H35N처럼 최근 새로 나온 필름 카메라들이 같은 18×24mm 하프 프레임을 쓴다(「새로 나온 필름 똑딱이 여섯 대」).

키예프 SKD, 달을 찍으려고 만든 카메라

두 번째는 소련이 달 탐사 계획을 위해 만든 카메라다. 키이우(옛 키예프)의 아스널 공장이 1968~69년에 적은 수만 만들었고, 이번 출품작은 1969년에 만든 것이다. 일련번호 6900008이 본체와 필름 매거진 두 개에 똑같이 찍혀 있다.

흰 배경 위에 늘어놓은 키예프 SKD 세트. 가운데 은색과 검은색 본체 뒤로 필름 매거진과 길쭉한 망원 렌즈가 있고, 오른쪽에 광각 렌즈와 겹쳐 쌓은 검은 고무 링, 왼쪽에 시계 부품과 케이블이 놓여 있다.
키예프 SKD 세트. 렌즈 세 개와 필름 매거진, 우주선 창에 렌즈를 대는 고무 링이 함께 나온다. Leitz Photographica Auction

바탕은 같은 공장의 중형 SLR 키예프-6C다. 보통의 키예프가 120 필름을 쓰는 것과 달리, 양쪽에 구멍이 뚫린 70mm 필름을 넣어 50×50mm 크기로 찍는다. 매거진 하나에 100장쯤, 얇은 필름이면 180장까지 들어간다. 필름이 평평하게 눕도록 압판을 유리로 만들었고, 셔터는 1/2초부터 1/1000초까지 끊는다. 렌즈는 90mm 베가-12S, 65mm 미르-3S, 300mm 타이르-33 세 개가 딸려 있다.

우주에서 쓰려고 붙인 장치도 남아 있다. 렌즈 앞에 끼우는 고무 링은 렌즈를 우주선 창에 바짝 대기 위한 것이다. 파인더 위에는 접었다 펴는 조준기가 있다. 필름에는 작은 창 네 개를 거쳐 촬영 시각과 필터, 조리개, 셔터 속도가 함께 찍힌다. 시각은 카메라에 넣은 작은 아날로그 시계에서 오는데, 경매사는 이 시계의 케이스가 금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키예프 SKD의 은색 윗면을 가까이 찍은 사진. 파인더 위에 원이 그려진 투명한 판 두 장이 세워져 있고, 오른쪽에 둥근 다이얼과 검은 레버가 보인다.
파인더 위에 세운 투명한 조준판. Leitz Photographica Auction

같은 SKD 기종은 1969년 8월 소련의 무인 우주선 존드 7호에 실려 지구와 달을 찍었다. 존드 7호는 달을 돌아 8월 14일 지구로 돌아왔다. 이번에 나오는 카메라가 우주에 다녀왔는지는 경매사 설명에 없다. 예상가는 9만~10만 유로, 시작가는 5만 유로다.

살가두가 쓰던 라이카 R6

세 번째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브라질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1944~2025)의 라이카 R6다. 라이카 보도자료에 따르면 살가두는 1991년 걸프전 때 불타는 쿠웨이트 유전을 이 카메라로 찍었다. R6는 셔터가 기계식으로 도는 라이카의 SLR이다.

카메라는 그 쿠웨이트 연작 사진 두 점, 살가두가 서명한 한정판 사진집 《Workers》와 한 묶음으로 나온다. 예상가는 세트 전체에 2만 8천~3만 2천 유로다. 라이카 BOX와 키예프 SKD가 카메라를 만든 쪽의 이야기라면, 이 R6는 카메라를 쓴 사람의 이야기다.

경매를 보려면

경매는 11월 28일(토) 낮 12시(중부유럽 시간)에 시작한다. 한국 시간으로는 같은 날 저녁 8시다. 현장 말고도 온라인, 서면, 전화로 값을 부를 수 있고, 실시간 온라인 응찰은 경매사 사이트와 LiveAuctioneers에서 받는다. 사전 응찰은 이미 열려 있어서, 경매사 사이트에서 출품작 사진과 설명을 미리 볼 수 있다.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