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도 전에 색이 정해져 있는 필름이 있다. KONO가 딱 그렇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KONO Manufaktur는 예전부터 '이펙트 필름'을 만들어 온 곳이다. 필름 표면에 미리 색을 입히거나 감광 특성을 살짝 비틀어서, 보통 필름으로는 안 나오는 색을 촬영 전부터 넣어 둔다. 이번 세 필름 MOJO · OFFBEAT · BEBOP도 그 연장선이다. 이름은 죄다 재즈에서 따왔다. 박자를 비껴가는 오프비트, 즉흥의 비밥, 그리고 분위기라는 뜻의 모조.

숫자는 셋이 똑같다. 다른 건 색 하나뿐이다.

Type컬러 네거티브 이펙트 필름 (사전 색 캐스트)
ISO200
Format35mm (135) · 36컷
ProcessC-41 (일반 현상소 가능)
LineupMOJO · OFFBEAT · BEBOP — 필름마다 다른 색 캐스트
MakerKONO Manufaktur (오스트리아 빈)

MOJO — 핑크와 민트 사이

MOJO 샘플 — 방파제와 나무가 늘어선 바닷가. 화면이 붉은 핑크와 민트빛 초록으로 갈라져 몽환적인 split tone 을 이룬다.
같은 바닷가가 붉은 핑크와 민트빛으로 갈라진다. MOJO 특유의 split tone. 이미지 ⓒ KONO Manufaktur

MOJO는 밝은 곳에 핑크·마젠타가 돌고, 그늘과 중간톤엔 옅은 민트빛이 낀다. 한 화면에서 두 색이 갈라지니 별것 아닌 하늘 한 장도 파스텔 꿈처럼 바뀐다. 대비는 낮고 톤은 말랑하다. 셋 중 제일 몽롱한 필름이다.

MOJO 샘플 — 불꽃을 뿜으며 떠오르는 열기구. 바랜 파스텔 하늘 위로 따뜻한 붉은기가 얹힌다.
불꽃을 뿜는 열기구. 바랜 파스텔 위로 얹히는 따뜻한 붉은기. 이미지 ⓒ KONO Manufaktur

OFFBEAT — 전부 초록으로

OFFBEAT 샘플 — 열기구 바구니에 오른 사람들. 잔디밭과 인물까지 온통 초록으로 물든 시네마틱한 색.
바구니에 오른 사람들, 잔디밭까지 온통 초록으로 물든다. OFFBEAT의 색은 그만큼 세다. 이미지 ⓒ KONO Manufaktur

OFFBEAT는 화면을 통째로 초록·청록 쪽으로 끌고 간다. 크로스 프로세싱을 떠올리게 하는, 셋 중 가장 센 색이다. 하늘이든 잔디든 사람 피부든 죄다 살짝 초록으로 밀리니, 평범한 장면을 낯설게 비틀고 싶을 때 쓴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그만큼 확실하다.

OFFBEAT 샘플 — 노을 진 하늘에 떠 있는 열기구들. 청록으로 내려앉은 구름과 실루엣.
노을의 하늘도 청록으로 내려앉는다. 따뜻한 빛과 초록 캐스트가 부딪히며 만드는 결. 이미지 ⓒ KONO Manufaktur

BEBOP — 햇빛에 바랜 쪽

BEBOP 샘플 — 요트가 뜬 바다와 넓은 모래밭. 따뜻한 핑크·앰버로 바랜 한낮의 해변.
요트가 뜬 바다와 넓은 모래밭. 따뜻한 핑크·앰버로 바랜 한낮. 이미지 ⓒ KONO Manufaktur

BEBOP은 셋 중 가장 따뜻하다. 앰버·골드가 얹히고 채도가 살짝 내려앉아서, 오래된 앨범에서 방금 꺼낸 사진 같은 기분이 든다. 제일 무난하게 예쁜 쪽이라, 이펙트 필름이 처음이라면 여기서 시작하길 권한다.

BEBOP 샘플 — 노을 속 실루엣이 된 열기구들.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
노을 속 실루엣이 된 열기구들. 황금빛으로 번지는 노스탤지어. 이미지 ⓒ KONO Manufaktur

쓰기 전에 알아둘 것

셋 다 ISO 200 · C-41이라 현상은 동네 현상소에 그냥 맡기면 된다. 대신 색이 이미 들어가 있는 필름이니, 보통 필름처럼 화이트 밸런스가 맞아떨어지길 기대하면 안 된다. 스캔한 뒤 캐스트를 살리거나 눌러가며 쓰는 게 기본이다. 정확한 색을 원한다면 처음부터 다른 필름을 골라야 하고, 반대로 한 통으로 분위기를 통째로 입히고 싶다면 이만한 게 없다.

그러니까 이 필름들은 '정답'이 아니라 '성격'을 파는 물건이다. 핑크와 민트의 MOJO, 초록의 OFFBEAT, 앰버의 BEBOP. 같은 하루를 세 가지 기분으로 남겨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재미있는 세 통이다.